작년 9월 출범한 한중일 협력사무국(TCS)의 신봉길 사무총장은 요즘 동북아시아의 외교가(外交街)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다.
신 총장은 작년 11월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이어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잇달아 초청받았다. 베이징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아 3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중일 협력 사무국의 운영 방향을 듣기 위해 그를워싱턴 DC로 초대했다. 최근엔 한·중·일 3국과 관련된 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섭외 대상 1순위'에 올라 있다.
협력사무국 출범 6개월을 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하러 간 23일 그의 사무실 탁자에는 '유럽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 회고록' 이 놓여 있었다. 현재 EU의 기틀을 닦은 장 모네의 사상과 경험을 담은 책이다.
신 총장은 "이제 막 시작된 3국 협력 사무국을 EU와 비교할 순 없지만 3국 협력과 관련된 영감(靈感)을 얻기 위해 자주 이 책을 들춰보고 있다"고 했다.
"3국 협력 사무국은 한·중·일 3국 정상들의 정치적인 의지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그는 "이조직에 쏟아지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사무국 직원을 선발할 때 알았다"고 말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의 신봉길 초대 사무총장은 23일인터뷰에서“역사와 문화가 다른 3국의 통합 과정을 순탄하게 만드는초석을 놓는 일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협력사무국에는 한·중·일 3국에서 모여든 20여 명의 직원이 영어·한국어·중국어·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대화하며 근무하고 있다. 중국 측 사무국 직원을 뽑을 때는 5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3국의 인재들이 오직 3국의 발전과 화합만을 위해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앞으로 3국 간의 미래와 관련된 사업을 조정·관리하는 기구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중·일 사이에 별개로 움직이는 3국 장관급 회의만 18개 있다. 최근엔 농업관계 분야 장관급 회의도 출범했는데 이런 장관급 회의 등을 체계화, 문서화, DB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 총장은 3국 정상회의가 열릴 때 실무적인 문제를 사무국이 맡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국 젊은이들이 서로 교류하는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과 재난관리 프로그램도 공동으로운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는 "한·중·일 3국이 역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동아시아는 앞으로 통합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3국 협력은 앞으로 투자보장→FTA→화폐통합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의 정치·경제 상황을 모니터하며 협력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신 총장은 책상 위의 목각 사자상과 거북이 석상을 가리키며 "한·중·일 3국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사자의 열정과 거북이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역사와 문화가다른 3국의 통합 과정을 순탄하게 만드는 초석을 놓는 일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외무고시 12회 출신의 신 총장은 일본과 중국에서 주로 근무한 아시아통이다. 외교통상부 대변인과 주요르단 대사를 역임했다. 신 총장의 임기는 2년이며, 2013년 일본에 사무총장직을넘겨준다